* 본 시승기는 기아의 시승 차량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점진적으로 다가오고 있는듯했던 전기차 시대, 전동화로의 전환이 국내 시장에서는 2021년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 EV6 등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모델의 출현을 통해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성큼성큼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아직 100%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이에 맞춰 전기차 인프라 역시 발전하고 있으며 개인 차량은 물론 택시 등 운수업계를 통해서도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마니아로서,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에서 전해지는 배기음을 비롯한 변속감 등 특유의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빠르게 다가오는 전기차의 시대가 그리 달갑게만 다가오지는 않지만, 좋은 싫든 전기차는 이제 우리 일상으로 점점 깊숙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기존의 내연기관 고성능 차량을 사랑하던 자동차 마니아들, 소위 '페트롤헤드'들의 취향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 않기에, 운전의 재미와 짜릿한 감각을 놓치지 않은 고성능, 스포츠 성향의 전기차들도 하나하나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여기, 기아에서 2021년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 EV6와 함께 공개했던 'EV6 GT'가 드디어 올 하반기 출시되었다. 물론 최신 전기차들이 이미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교 시 빠른 반응과 토크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 하지만 더 본격적으로 '고성능'을 표방하며 다듬은 모델이라면 이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전달해 줄 거라 기대하며 1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시승을 통해 EV6 GT를 경험해 보게 되었다.
퍼포먼스를 논하기 이전에, 외관의 스타일에서는 작년에 먼저 출시했던 EV6 GT라인과 비교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를 정도로 큰 차이를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EV6 자체가 꽤나 스포티하고 강한 인상의 디자인을 보여줬고, GT라인은 여기에 공격적인 감각의 범퍼 디자인과 포인트들을 더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최종 끝판왕인 EV6 GT는 여기에 조금 더 차별화를 주기 위해 헤드라이트 사이의 프런트 가니시와 하단 그릴의 패턴을 수평형에서 수직형 패턴으로 변경해 직진성을 느끼게 해주고, 범퍼 좌우 끝단의 가니시도 수평형에서 수직형으로 배치를 변경했다.
측면에서도 바디 파트에서는 GT라인과 큰 차이는 없지만 21인치의 커다란 사이즈에 시원하게 쭉쭉 뻗은 스포크 디자인의 휠, 그 안에 자리 잡은 네온 그린 컬러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고성능 차량의 당당한 인상을 완성했다. 사실상 외관 중에서 EV6 GT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후면에서도 범퍼 디자인은 GT라인과 거의 동일하되, 좌우 끝 리플렉터를 두 줄의 수직 형태로 바꿨고(이는 스포티지 그래비티 등 기아의 다른 차량에도 적용된 형상이기도 하다.) 범퍼 하단에 디퓨저를 더하고 후진등 형상도 수직배열로 변경했다.
시승 기간 중 운 좋게도 한 주차장에서 EV6 GT라인과 EV6 GT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사진을 통해 두 모델 간의 디테일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실내에서도 전체적인 구성은 EV6의 큰 틀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스티어링 휠이 너무 무던한 형상이라 GT는 전용 디자인으로 새로 적용했으면 더 좋았겠단 바람이 남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한 고성능 모델임을 나타내기 위해 스티어링 휠과 시트의 스티치를 비롯한 주요 포인트에 대표 컬러인 네온 그린 컬러를 적용했고, 조수석 크래시패드 부분에 GT 로고를, 스티어링 휠 혼커버 하단에는 이 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GT' 모드 버튼이 예사 차량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기 마련. EV6 GT는 1열 시트에서 그 차이를 두었다. GT 전용으로 적용된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현대 N 라이트 시트와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동 조절이나 통풍 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운전자의 몸을 단단하고 안정감 있게 잘 감싸주고, 시트 중앙에 스웨이드 처리를 통해 안락함 느낌을 더하고 미끄러지는 것도 방지해 준다.
EV6가 크로스오버 차량에 배터리 구조 때문에 시트 포지션이 아주 낮은 것은 아니지만, GT라인과 비교 시에 좀 더 낮아진 포지션과 안정감 있는 운전 자세로 만족감을 높여준다. 차량 무게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12.3인치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풍성한 편의사양과 터치 타입의 공조/멀티미디어 전환 조작계, 전원 버튼과 변속 다이얼, 무선 충전 시스템과 컵홀더 등을 통합한 센터 콘솔과 하단의 넓은 수납공간 등은 EV6가 가진 장점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시야에 잘 안 들어오는 USB 충전 포트의 위치는 좀 아쉽다.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으로 듣는 음악은 여전히 만족스럽고,
2열 시트도 시트 형상은 다른 EV6과 동일해 보이지만, 시트 중앙 부분의 스웨이드 마감과 네온 컬러의 스티치를 더하는 등 'GT'의 차별점을 두었고, 승객 편의를 위해 필러 부분에 위치한 송풍구와 센터 콘솔 뒤편의 USB 충전 포트, 시트 하단 부분의 실내 V2L 220V 포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열 바닥은 높이가 조금 높은 편이긴 한데 이에 맞춰 시트의 쿠션 각도를 기울여놨고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넉넉하며, 평평한 바닥 덕에 좌우 이동도 편리하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GT라인에 비해 소폭 줄었다고 하는데, 육안상으론 크게 와닿을 정도는 아니고, 듀얼 모터인 만큼 넉넉하진 않지만 후드 아래 일명 '프렁크'도 있어 가정용 충전 케이블이나 V2L 커넥터 정도는 보관하기에 괜찮아 보인다.
외관과 실내는 이 정도면 충분한 듯싶으니 이제 EV6 GT의 핵심, 고출력 모터가 전하는 가속감과 탄탄하게 다시 잡은 주행 퍼포먼스에 대해서 말할 차례.
EV6 GT에는 최고출력 270kW, 최대토크 390Nm의 후륜 모터와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350Nm의 전륜 모터까지 듀얼 모터 구성으로 합산 최고출력 430kW, 최대토크 740Nm, 환산하면 585마력, 75.5kgf.m이라는 숫자만으로도 국산차 중 단연 역대급이라 할만한 엄청난 출력을 발휘한다. 사실 전륜 모터는 후륜 모터는 어느 한쪽 만으로도 EV6의 차체를 움직이는 데에 무리가 없고 꽤 경쾌한 주행이 가능한 정도인데 EV6는 차원이 다른 가속 성능을 전달한다.
일단 기아에서 밝힌 공식 제로백,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단 3.5초. 시승하는 동안 제로백을 직접 재보지는 않았지만, 이는 굳이 재보지 않아도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거짓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다. GT모드 버튼을 누르면 네온 컬러로 계기판 테마가 변하는 것과 함께 구동력 제어 기능이 해제되고 클러스터 하단으로 토크 게이지와 왼쪽에 GT로고까지 뜨는데 이러면 비로소 EV6 GT가 가진 모든 출력을 오롯이 발휘할 수 있다는 뜻.
전기 모터의 특성상 즉각적으로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고 또 오래 이어지는 만큼, 50~60km/h 정도로 정속 주행을 하다가 GT 모드로 변경하고 바로 액셀을 밟아봐도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로 가속이 이뤄지고, 잠깐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속도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에 도달해있게 된다. 물론 그 와중에도 가속을 이어가면 계속해서 쭉쭉 밀고 나가는 힘이 느껴지는 게, 국산 전기차에서 또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감개무량해진다.
일상 주행에서는 배터리 효율도 높이고, 부담도 줄이기 위해 주행 모드에 따라 모터 출력이 제한되니 평소에 주행하기에 까다롭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참, GT 모드 외에 별도 조작을 통해 드리프트 모드도 사용이 가능한데... 이는 꼭 드리프트에 숙련된 사람과, 드리프트 패독 등 지정된 장소에서만 사용하길. 물론 필자는 건들 생각조차 안 했다.
아, 물론 무자비하게 계속 GT모드로 놓고 밟아대면 그만큼 주행 가능 거리도 쭉쭉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더 큰 휠에 출력도 높인 만큼, EV6 GT의 공인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342km로 기존 EV6 롱레인지 모델에 비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800V 시스템으로 초고속 충전도 지원하니 그래도 크게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 차는 주행가능거리보다는 성능을 보고 사는 이들이 더 많을 테니.
10월 말 시승했을 당시 81%까지 충전을 한 다음, 에어컨/히터를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는 에코 모드 302km, 노멀 293km, GT모드 273km로, 주행 조건에 따른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100%까지 완충을 한다면 EV6 GT도 380km~400km까지도 주행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휠 타이어는 255/40/ZR21 사이즈의 커다란 휠과 미쉐린 PS4S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해 높은 출력을 받아내고, 격렬한 주행에서 안정적인 트랙션을 유지할 수 있게 했고, 눈에 확 들어오는 브레이크 캘리퍼는 4피스톤, 브레이크 디스크도 대구경을 적용했는데 회생 제동도 스마트하게 잘 활용하면서 주행을 하기 때문에 장시간 스포츠 주행에서의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시승하는 동안에 느껴본 제동 성능도 충분히 훌륭하다 할 만하다.
더 넓고 큰 타이어와 함께 서스펜션도 확실히 더 탄탄하게 잘 잡혀, 좌우 롤 억제를 더 잘해주고 필자 기준에선 그래도 시트 포지션이 높은 위치라 생각함에도 코너를 돌아나가는 동안에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eLSD도 적용이 되어있는데 좀 더 본격적인 서킷 주행을 해본다면 가속력뿐만 아니라 EV6 GT의 전체적인 진가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스티어링 휠은 가변 기어비 기술을 적용해 좀 더 기민하고 빠른 조향 반응을 전하는데 무게감도 좀 더 묵직하게 전해줘도 더 좋을 것 같다.
서스펜션은 전자 제어 방식으로 주행 모드에 따라 감쇠력 조절이 이뤄지기는 하는데, 기본적으로 다른 EV6 모델들보다 휠 사이즈도 더 커졌고 스포츠 타이어에 차 성향이 대놓고 고성능을 지향하는 만큼 에코/노멀 모드에서도 꽤 단단한 편이라는 것과 타이어 마찰 소음도 꽤 들어온다는 건 감안할 필요가 있다. 뭐, 물론 다시 생각해도 EV6 GT를 구매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 그걸 개의치는 않겠지만.
운전의 재미를 더 더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가상 사운드 중 다이내믹 사운드는 내연기관 차량의 배기 사운드를 재현해서 전해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전기차는 전기차만의 새로운 사운드를 전해주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위 셋 사운드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운드는 Cyber.
마지막으로 주행 보조 시스템과 안전 사양은 차로 변경 보조까지 해주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2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교차로 대향차 인식과 추월 중 대향차 회피 조향 보조까지 포함된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 기아의 최신 주행 안전 사양 중 넣을 수 있는 것은 빠짐없이 다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본격적인 국산 고성능 전기차의 시대를 여는, 또 역대 국산차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기아 EV6 GT 시승기는 여기까지.
정말 또 간만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기 무서울 정도이면서 또 정작 끝까지 안 밟기에는 너무 아쉬울 것 같은,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차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더불어 또 앞으로 기아에서 선보일 고성능 전기차들은 또 어떻게 나올지, 더 큰 기대감도 가지게 해주는 시승이었다.
글, 사진 : 오토디자이어
* 시승 차량 사양
기아 EV6 GT, 외장색상 런웨이 레드, 내장색상 GT전용 블랙&네온
선택사양 :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 캠
시승차량 기준 가격 - 7,326만 9,605원 (개별소비세 3.5% 및 세제혜택 적용 후)
* 본 시승기는 기아의 시승 차량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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