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정말 좋았던 지난 2월의 어느 주말, 용인 백암에 위치한 클래식카 카페 '더 원 클래식'에 다녀왔다.
평소 올드카, 클래식카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차, 또 사진으로만 보던 차량들을 실물로 보는 것은 즐거운 일! 경기도 내에, 또 이사 온 용인시 안에 이런 클래식카 까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차를 좋아하는 동네 형, 동생들과 함께 찾아가 다양한 전시차들을 살펴보았다. 4륜차 외에도 2륜 바이크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지만 바이크에 대해서는 차만큼 잘 알지 못하기에 4륜차 위주로 살펴봤다.
2월 말 따뜻해진 날씨에 선택한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입구에서 마실 음료 하나를 선택해 받은 뒤에 카페 내부 전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본다. 실내 전시 공간에 들어서 처음으로 보이는 차는 1950년대 말, 전형적인 그 시절 미국차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캐딜락 엘도라도. 엘비스 프레슬리의 핑크 캐딜락으로도 유명한 차량이다. 예전에 제주도 자동차 박물관에 방문해서도 실물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더원 클래식의 전시 차량들은 보존 상태가 압도적으로 신차 수준이라 그 당시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엘도라도 옆으로는 포르쉐의 초창기 모델로 911 탄생의 토대가 되기도 한 모델, 하얀 포르쉐 356. 지금 차들과 비교하면 장난감 같아 보일 정도로 작은 차체에 실내에는 진짜 운전을 위한 것들 외에는 특별한 기능도 없지만 포르쉐 특유의 동그란 헤드램프,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디자인, 슈투트가르트의 문장을 담은 엠블럼까지 과거부터 이어져오는 포르쉐의 아이덴티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차들 사이에 있다 보니 올드카치고는 '비교적' 희귀성이 덜한 폭스바겐 트랜스포터 마이크로버스는 평범해 보일 정도. 하지만 흠집 없이 광택이 번쩍번쩍 나는 차체에 봄에 딱 어울리는 핑크색 차체가 보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을 좋게 해준다.
더 안쪽으로는 오리지널 피아트 500, 친퀘첸토까지. 여러 매체, 영상, 또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통해 접하기도 했고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 또 차체는 청록색으로 칠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신선한 느낌. 예상한 것보다 더 작은 차체가 놀랍기도 한데, 더 놀라운 건 전시되어 있는 모든 차량이 번호판이 장착되어 주행까지 가능한 컨디션에 원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판매도 가능하다는 것. 실내까지 오리지널의 그 모습 그대로,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박물관이 아닌 테마 카페에서 이런 차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클래식카 마니아들에게는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싶다. 실물로 보면 누구나 탐날 수밖에 없는 BMW 2002와 피아트 124 세단도 번호판 달린 그대로, 두 대 귀여운 디자인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파스텔톤 블루, 그린으로 도색되어 있고,
미국 분위기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셸비 AC 코브라 레플리카와 1세대 머스탱 컨버터블 모델도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는 국내 회사인 쌍용에서 오리지널 차량 제조사인 팬더와 그 회사를 인수한 진도모피그룹을 다시 인수해 92년부터 95년까지 평택공장에서 생산했던 로드스터, 팬더 칼리스타까지 볼 수 있다. 오리지널을 따지자면 70년대 영국 차량이지만 엄연히 국내에서 정식으로 생산했던 국산 차량.
까페 사장님께서 국가별 테마에 맞게 차량들을 배치하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칼리스타 옆으로는 같은 영국 출신, 지금은 바이크 제조사로 인지도가 더 높은 트라이엄프의 스핏파이어 로드스터와 웨스트필드 버전 로터스 7이 함께 높여져 있다. 그리고 더 뒤로 보이는 것은 무려 포드 모델 T.
아직까지 중고차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닛산 휘가로는 평범해 보일 정도. 스타일이 레트로 클래식 스타일이긴 하지만 90년대 초반 차량이다 보니(.. 물론 벌써 30년이나 흘렀지만) 이 중에서는 클래식이라 하기 좀 아쉬운 수준.
까페 밖 야외로 나오니 이제 100살 가까이 되어가는 포드 모델 A도 있는데 이런 차들을 도대체 어떻게 구해오신 건지 신기할 정도다.
야외에는 보존 상태가 조금 아쉽지만 아마 국내에서 여기 아니고선 보기 힘들 볼보 아마존도 있었는데 상태를 보아하니 아마 복원을 준비하실 것 같은 모습이었다.
국산차도 빠지면 섭섭한 법. 국산차 대표로는 현대 포니2와 기아 3륜 차, 귀여운 K-360이 있다. 이 시대를 겪었던 부모님, 어르신분들이 오신다면 추억에 새록새록 빠지실 것 같다.
이 외에도 번호판 달고 당장이라도 주행이 가능할 것 같은 상태의 깔끔한 은색 오리지널 비틀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재규어 XJ 시리즈 2(1973~1979)와 메르세데스-벤츠 R107 SL까지 카페 직원분께서 천막을 열어주신 덕분에 깔끔한 겉모습이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과연 어떤 분들이 이 차의 주인이 되실지...
새 차 상태 그대로~ 거의 완벽한 상태의 클래식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용인 클래식카 카페 '더원 클래식' 방문 후기는 여기까지. 서울 및 수도권 근교에서 색다른 테마의 까페를 찾을 때, 또 클래식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글, 사진 : 오토디자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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