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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시승기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기 : 아이코닉한 머슬카와의 데이트.

by 오토디자이어 2017.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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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분은 설렘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정말 바라왔던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다가온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단 당황하거나, 두려움이 앞서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시승이 나에게는 아마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스포츠 쿠페, 그 중에서도 으르렁대는 배기 사운드와 폭발적인 파워가 쏟아지는 아메리칸 머슬은 인생에 한번쯤 소유해보고 싶거나 적어도 마음껏 타보고 싶은 로망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4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평소에 타본 적도 없고 자주 보지도 못한, 게다가 눈에 확 띄는 노란색에 검정색 스트라이프, 흔히 트랜스포머 범블비로 잘 알려져 있는 이 '쉐보레 카마로 SS'를 타야 한다는 것은 마냥 즐겁지는 않은 부담감이 섞인 묘한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걱정은 우렁찬 배기 사운드와 함께 저 멀리 날려버리고.

다른 차들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지는 앞 범퍼의 끝에 낮은 시트 포지션, 거기다 위아래로 좁은 시야까지, 과연 이 차를 타고 복잡한 도심을 뚫고 고속도로 위를 올라갈 수 있을까 차를 인수 받고 시트에 앉자마자 일단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당장 언제 다시 타볼지도 모르는 차를 마냥 세워 놓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일단 최선을 다해 시트 포지션을 맞춘 다음 브레이크를 꾹 밟고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는 순간, 마법같이 걱정 반, 설렘 반이었던 심정이 단박에 설렘 8, 걱정 2로 바뀌었다. 그래. 쇳덩어리에서 생명을 느끼게 해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물론 도심 구간을 빠져나오는 게 마냥 편한 건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좀 더 여유를 두고 조심해서 주행을 마친 뒤 고속도로에 오르기 시작하니 조금 남아있던 걱정마저 조금씩 뒤로 들리는 8기통의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녹기 시작했다. 


6.2리터 8기통 엔진은 단 4초 만에 카마로를 시속 100km로 달리게 해준다.


대부분 배기량을 줄이고 과급기로 모자란 출력을 채우는 시대에 무려 6.2리터의 8기통으로 453마력/62.9kg.m의 파워를 발휘하는 카마로 SS의 엔진은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느껴보기 좋았다. 초반부터 순간적으로 터지는 과급 엔진과는 다르게 액셀을 더 깊게 밟으면 밟는 대로 꾸준하게 남아도는 파워를 전달하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느낌은 지금까지 타 본 차량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낯설지만 계속 느껴보고 싶은 희열감을 주었다.  



여기에 차를 받기 전 걱정하게 된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연비 문제도 기우에 그쳤다. 물론 원하는 대로 시원시원하게 밟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가랑거리는 소리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크루징을 하고 있으면 연료 효율도 그만큼 착한 수준으로 바뀐다. 비결은 바로 가변 실린더! 큰 파워가 필요하지 않을 때는 8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만 작동하기 때문에 고속 정속 주행에서는 두 자릿수 연비를 유지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금 격하게 다뤄도 괜찮아.

잘 닦이고 쭉 뻗은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산 속으로 들어선 다음에도 카마로 SS의 매력은 여전했다. 미국차는 코너에서 느리고 둔하다는 예전 통념과 다르게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니 차의 앞부분이 꽤 무거울텐데도 나쁘지 않은 회두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파워가 남아도니 오르막을 오를 때에도 힘겨울 필요가 없었고 꽤 탄탄한 하체와 커다란 휠도 부담 없이 차체가 코너를 휘감아 돌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이 느낌이 다른 스포츠카들과 비교해 더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 거나 빠릿빠릿한 느낌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8단 변속기의 반응도 가끔씩 제 역할을 할 타이밍을 놓치고 버벅거리는 부분도 있었고. 하지만이 터프한 차와 함께 시트에 폭 앉아 스티어링 휠을 양손으로 쥐어 액셀을 밟고 넘치는 힘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나가는 기분 만큼은 누구라도 쉽게 그만두고 싶지 않을 게 분명하다.  



조금 아쉽긴 해도 용서가 되는 이유!

이렇게 사람 마음을 홀리게 만드는 카마로SS에게도 흠이 없진 않았다. 21세기 차라면 사용하기 편리해야 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이를 조작해야 할 터치 스크린의 각도가 누워 있는 것이 아닌 안쪽으로 꺾여 있어 보기에도, 사용하기에도 불편한 부분이 있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운전석에 앉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센터 콘솔 박스 뒷 부분에 있으며 그마저도 스마트폰이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아 코너라도 만나면 시트 밑으로 핸드폰이 사라져 버린다. 내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무선 충전을 지원하지 않아 저기에 둘 필요가 없었던 게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었다...



무더운 여름철을 보내야 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 중 하나인 통풍 시트도 마련은 되어 있는데 요란한 모터 소리에 비해 시트는 그다지 시원한 편은 아니었고, 기어 노브 앞쪽을 차지 하고 있는 공조 컨트롤러 버튼들도 역시 썩 사용하기 편리한 편은 아니었다. 



주행 성능에서도 고속 안정성이나, 요철에서 충격을 거르는 부분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기도 했고. 



하지만 카마로 SS는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게 해주는 매력까지 하나 더 갖췄다. 바로 판매 가격으로 쉐보레 카마로 SS의 국내 가격은 '5,098만 원'이다. 어느 정도 저렴한 가격인지 잘 감이 안 온다면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포드 머스탱 5.0 GT가 6,035만 원으로 천 만원 가까이 비싸며 비슷한 성능을 내는 유럽산 차를 구매하려면 적어도 1억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요즘 시대에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아메리칸 머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게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것은 정말 큰 매력 포인트일 수 밖에 없다. 


또 만난다면 걱정 없이 마음껏 달려주리라..

데일리카로 카마로SS를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겠다면 매력 포인트보다는 아쉬웠던 것들, 그리고 필자가 처음 카마로를 대하면서 걱정했던 부분들이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일 간 함께 한 카마로 SS는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 보낼 때의 심정은 여태껏 타봤던 수 많은 차들 중 몇 안 되는 정말 보내기 싫은 아쉬움을 남겼다. 장담하건데 이 차와 함께하는 주말에 심심함은 없을 것이다. 걱정, 두려움 따위는 이제 없으니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랄 뿐이다. 


시승차량 사양

쉐보레 카마로 SS 6.2 V8 가솔린 A/T = 5,098만 원


글, 사진 : 오토디자이어


본 포스트는 한국지엠의 시승차량 지원으로 작성하셨으며 

이 외의 경제적인 대가나 내용에 대한 간섭은 없음을 밝힙니다.




* 추가 영상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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