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쓴 자여. 그 무게를 견뎌라.
2016년은 쏘나타에게 있어 참 힘든 한 해였다. 오랜 시간 동안 무거운 왕관을 써오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쏘나타가 출시 후 지금까지 못해온 것은 아니다. 소비자 니즈에 맞게 한 때는 파격적으로 디자인을 바꾸기도 하고, 패밀리 세단으로서 기본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엔진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하더라도 한 가지에 오래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진부함을 느끼기 마련이고, 잘해오던 여러가지 보다는 몇몇 아쉬운 부분들, 회사의 고객 대응 태도 때문에 실망도 더 컸는지 모르겠다.
그런 시기에 화려한 디자인과 고급 실내 사양으로 새롭게 출시한 르노삼성 SM6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국산차와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 감각, 중형급 이상처럼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실내 소재와 대화면의 S-Link, 답답함을 좀 더 개선한 파워트레인까지 신선함을 원했던 차에 어쩌면 당연한 이동이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쉐보레 올 뉴 말리부까지 2.0/1.5 터보 두 가지 엔진 라인업과 더 커진 사이즈, 강화한 편의 사양으로 무장하면서 국산 중형차 시장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고, 턱 밑까지 쫓아오는 신흥 세력들의 선전에 쏘나타는 전체 판매량 기준으로도 큰 하락세를 그리고, 가솔린 모델 한정으로 SM6에게 1위 자리까지 내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쏘나타 중형차 왕좌의 시대는 저물어 가는 듯 싶었다.
왕의 귀환
하지만 발등에 불똥 떨어진 상황에서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쏘나타를 현대자동차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법.
2017년을 맞이한 쏘나타는 풀 체인지 수준으로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었고, 편의 사양 패키지를 재정비, 가격 동결까지 칼날을 다시 갈고 중형차 시장에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과 생각보다 큰 변화는 없는 파워트레인, 한번 떠난 소비자들의 마음 때문에 과연 쏘나타가 다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아 보았다.
하지만 역시 쏘나타는 쏘나타. 2월까지 불과 SM6와 204대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쏘나타는 새롭게 뉴라이즈로 런칭한 3월에만 판매량을 7,240대(하이브리드 332대, 플러그인 6대 별도)까지 회복하면서 발목을 붙잡고 있던 SM6를 떨쳐내는데 성공했고, 4월에는 8,748대(하이브리드 379대 별도)를 판매, 3,950대로 2위를 기록한 SM6와도 무려 4,798대 이상 차이로 확실하게 중형차 시장의 최강이 누군지 다시 한번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되었다.
구관이 명관.
그렇다면 비결은? 쏘나타가 지금까지 잘하던 것에 더해 신차 효과 +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더 넓혀준 덕이 큰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는 국산 중형차 중 가장 넓은 실내 공간과 상대적으로 준수한 실내 품질로 패밀리 세단의 기본을 지키고 있으며, 2.0가솔린부터 1.6, 2.0 두 가지의 가솔린 터보, 1.7 디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LPi 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양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스타일/패밀리/레이디 케어 등까지 운영하면서 가격 인상폭도 줄였다.
추가로 4월 70만원 할인에 36개월 무이자 할부, 할부금 7% 감면 등 추가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서 4월 구매 조건도 좋았고, 5월에도 프로모션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추가로 경쟁 차량들이 이제 신차 효과를 볼 시기가 끝났고, 생각보다 가격에서 메리트가 크지 않은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SM6의 경우 출시 초 신선했던 디자인이 이제 슬슬 식상해지기도 했고, 올 뉴 말리부 역시 신차 출시 이후 단촐한 파워트레인 구성, 경쟁차들을 확실하게 뛰어넘을 만한 포인트가 없는 만큼 경쟁차들이 더 이상 판매량이 오를 환경이 아닌 게 중형 신차 구매자들이 쏘나타를 선택하게 만든 배경으로 보인다.
△기아 K5도 2017년형 출시로 말리부를 추월, 슬금슬금 다시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다시 1위 자리를 찾아왔다고 해서 쏘나타,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안일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소비자들은 다시 뒤돌아서게 될 것은 당연한 일, 장기적으로 보면 판도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단언할 수 없다.
한번 크게 데인 만큼 앞으로 여러모로 더 신경 쓸 것이라 생각하지만, 계속해서 확고한 위치를 지키려면 소비자들을 위해 더 좋은 자동차 뿐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 다양한 프로모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올바른 대응으로 오랫동안 인정받고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글 : 오토디자이어
2017/04/20 - [자동차 공부/시승기] - 현대 쏘나타 뉴라이즈 2.0 터보 시승기 : 건재한 쏘나타의 파워.
http://racer_r1.blog.me/220967863346 - 현대 쏘나타 뉴라이즈 시승행사 후기 (2.0 CV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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