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또 하나의 대안에 머무를까, 아니면 대세가 될까.
하이브리드 세단은 우리에게 더 이상 신기하거나 낯선 존재는 아니다. 이제 수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을 쏟아내고 있고, 원하는 세그먼트의 다양한 차량들을 구매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대세'는 아닌 하나의 대안, 취향에 따른 선택 정도 선에서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친환경성과 효율 좋은 연비를 보여주지만 아직은 초기 가격이 좀 더 비싸고 대배기량 엔진들보다 힘이 딸린다는 인식 때문일까? 이런 편견들을 깨고 우리가 알던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얘기하고 있는 현대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3박 4일 시승을 통해 만나보았다.
△ 하이브리드 전용 컬러인 하버 시티가 아니라면 더더욱 구별하기가 힘들다. 시승차량의 외장 컬러는 카본 블랙
티 내지 않는 겉모습
새로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겉모습부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이브리드 차량들과는 다르다. 과거 하이브리드 차들이 공력 성능을 더 개선하기 위해, 그리고 하이브리드 임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내연기관 차들과 차이가 나는 모양새를 나타냈지만 이번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겉모습 어딜 보아도 일반 가솔린 그랜저와 다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연비와 공력 성능을 좋게 하기 위한 평평한 형태의 17인치 휠 마저 시각적으로는 일반 휠과 크게 다른 느낌은 없다.
실내 역시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가죽의 색상이 약간 푸르스름한 인디고 톤이기는 하지만 쉽게 눈치 챌 정도는 아니며, 카라멜 색상의 가죽이나 전체적인 배치는 일반 그랜저와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다. 계기판에 RPM 타코미터 대신 하이브리드 구동계 파워 게이지와 친환경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도어 트림에 코르크 우드 그레인 만이 약간이 차이를 만들어줄 뿐이다.
△ 코르크 우드 그레인과 하이브리드 전용 게이지를 제외하면 차이는 없다.
이런 모습의 배경에는 준대형급 세단 수요층이 자신의 차가 하이브리드임을 티내고 싶어하지 않는 영향도 있었고, 이제 하이브리드가 별종, 특별한 존재가 아닌 현 시대에서는 당연한 파워트레인 중 하나가 된 것을 나타낸다고 보인다.
공간에서도 전혀 손해를 본 것이 없다. 현대의 특기인 넓은 실내 공간은 여전하며, 배터리를 트렁크 바닥 아래쪽으로 통합하면서 트렁크 공간 역시 바닥이 살짝 높은 감은 있으나 상당히 넉넉한 용량을 보여준다.
그랜저IG의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 사양 역시 하이브리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좁은 공간도 무리없이 주차를 편하게 도와주는 어라운드 뷰 시스템과 주행 중 후방 영상을 보여주는 DRM 기능은 물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고 장치 등 안전 운행을 위한 모든 스마트 센스 기능과 고속도로에서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ADAS도 포함되어 있다. 준중형 급에도 포함된 3단 통풍시트나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같은 것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된 듯하다.
연비는 기본, 파워까지 문제없는 파워트레인
하이브리드 구매 이유 중 가장 큰 것인 연비는 의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복합 공인 연비는 16.2km/l, 고속연비 역시 동일하지만 실제 고속 주행 시의 연비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18~19km/l 대의 연비를 보여준다. 도심에서도 14~15km/l 이상의 연비를 보여주며, 고속 주행 위주이기는 했지만 근 900km 정도를 주행한 필자도 3박 4일 간 복합 18.0km/l의 연비를 기록하면서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운 휘발유를 전부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2.4 세타2 MPI 엔진만으로도 159마력, 21kg.m 토크를 발휘해 그런대로 차를 이끄는 데는 큰 문제는 없으면서도 최대 38kW, 20kg.m 이상의 토크를 발휘하는 모터까지 더해져 초반 발진부터 실용 영역 대 가속에서는 전혀 답답함 없고 여유로운 출력을 보장해줬다.
급 가속 시 모든 출력을 쥐어 짜내거나, 150km/h 대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의 가속은 3리터 이상 자연 흡기 엔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준대형 세단으로서 일상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여유롭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편평비가 높은 타이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배치에도 그랜저 하이브리드 역시 그랜저IG가 보여준 컴포트/스포트 사이에서의 안정적인 주행감을 그대로 잘 받은 듯 하다. 타이어 탓인지 하체 셋팅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은 있으나 여전히 코너에서는 안정적이며 요철 구간, 방지턱도 출렁임, 쿵쿵대는 스트레스 없이 부드럽고 탄탄하게 잘 넘어가는 느낌이다. 일상용 세단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하이브리드, 이제 별종 아닌 당연한 선택
저공해성은 물론 압도적으로 좋은 연료 효율, 티 나지 않게 일반 모델과 같은 점잖고 세련된 스타일, 손해 보지 않은 실내 공간과 편의 장비에 문제 없이 안정적인 주행 성능까지, 물론 여전히 세제 혜택이 있어도 일반 차들보다 좀 더 비싼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 뿐만 아니라 월등한 연비에 나머지 부분은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에서 따져보면 이제 하이브리드는 어쩌면 특이하거나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만의 선택이 아닌 시대에 제일 잘 맞는 차가 아닐까 싶다.
아직 자동차 시장의 주가 되고 있진 않지만, 차츰 차츰 하이브리드 구매층이 늘어난다면 가까운 시간 내에 하이브리드가 자동차의 기본 파워트레인이 되어가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른 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어디까지 왔다, 얼마나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자가 그랜저를 사게 된다면 그것은 무조건 하이브리드다.
글 : 오토디자이어
사진 : 오토디자이어
본 시승기는 현대자동차의 차량 지원으로 작성하였으며
이 외의 경제적인 대가 지급이나 내용에 대한 간섭은 없습니다.
시승차량 사양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2 + 헤드업 디스플레이 +
JBL 사운드 패키지 + 프리미어 인테리어 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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