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블로거를 하면서 다양한 신차들을 시승해보면 좋은 차이고 잘 팔릴 만하지만 굳이 기억에 오래 남거나 여운이 남지 않는 경우, 대중적이지 않고 매니악한 성향 때문에 잘 팔릴 만한 차는 아니지만 내 취향에는 너무 잘 맞는 경우, 전체적으로 차가 그냥 별로여서 기억에도 안 남고 굳이 다시 타보고 싶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한 차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넓디넓은 갯벌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를 찾은 듯 여러모로 스타일도 준수하고 차 컨셉에도 잘 맞으면서 주행성, 편의사양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너무 만족스러울 때에는 반납하기가 아쉬운, 반납하고 나서도 나중에 꼭 또다시 한 번 타보고 싶은, 여력만 된다면 한 대 구매하고픈 차들을 만날 때도 있다.
2017년 11월 만났던 제네시스 G70이 몇 안 되는 그런 차 중 하나였다. 당시까지 시승해보았던 국산차 중 역대급이라 할 만큼 만족도가 높은 차였고, 다음에 꼭 한 번 더 타봤으면 하는 차였는데, 바람이 이뤄진 걸까.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지난 11월, 미국 JD 파워 품질 부문 1위를 달성한 제네시스의 G70 3.3T H트랙을 다시 만나볼 기회가 주어졌다. JD 파워 품질 부분 1위에 이어 2019 미국 올해의 차, 모터트렌드 선정 올해의 차까지 수상,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지역에서도 인정받은 제네시스 G70과 두 번째 만남은 여전히 만족스러웠을까?
눈에 익은 외관 디자인은 처음 봤을 때보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질리기보다는 오히려 더 끌리는 느낌. GV80과 에센시아 컨셉을 통한 새로운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가 G90와 함께 내년 G80, GV80 양산형 모델에 적용될 시점에서 브랜드 내에서는 살짝 트렌드에서 쳐지는 느낌이 날지도 모르고, 몇몇 요소에서는 제네시스만의 디자인이 아닌, 현대 브랜드의 디자인 요소를 이어 받은 부분들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와 이미지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갖췄다 할 수 있다. 특히 탄탄하게 잡힌 근육질 느낌의 프로포션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우아함까지 더한 옆모습은 제네시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Athletic Elegance', 역동적인 우아함이 어떤 느낌인지 단번에 와닿게 해준다.
사실 뒤에서 더 말할 G70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먼저 말하지 않아도, 첫인상을 가장 크게 결정짓는 외관 스타일에서부터 제네시스 G70은 여전히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실내 디자인 역시 간결하면서도 단단하게 꽉 찬, 시트와 도어 트림의 가죽 퀼팅 패턴이 조금 과한 것 같은 느낌을 제하면 댄디하고 모던한 느낌으로 차급에 비해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스타일의 중심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 중 가장 작은 D세그먼트 세단이라고 해서 편의 사양을 아끼지 않고 풍부하게 챙겨 놓은 것도 프리미엄 D세그먼트 세단 수요층을 만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차의 운전석에 처음 올랐을 때, 단순한 메모리 기능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체형을 분석해 최적 드라이빙 포지션으로 조정을 해주는 스마트 자세 제어부터 운전자에게는 편리함과 함께 제네시스 G70에게 호감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 더불어 앞선 포스팅에서 한번 소개를 했지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차량 원격 제어 및 내비게이션 검색과 길 안내 설정까지 미리 지정할 수 있는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도 제네시스 오너로서 만족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애플 카플레이와 함께 구글의 서비스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오토도 이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고속도로 주행 시 차로 이탈 방지 보조와 전방 차량과 차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연계해 작동하게 되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주행 중인 고속도로의 주행 제한 속도에 맞춰 크루즈 컨트롤 설정 속도를 스스로 변경하고, 정체 구간에서 차량이 정차한 후 재출발할 때 액셀 페달만 살짝 밟으면 자동으로 크루즈 컨트롤이 설정한 속도대로 활성화되기 때문에 장거리/장시간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를 확연히 덜어주는 큰 역할을 해준다.
또, 주행 중에 내리막길에서 탄력을 받거나, 평지에서도 액셀 페달을 살짝 놓았을 때 곧바로 작동하는 중립 주행(에코 코스팅) 기능은 연비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스타일과 실내 공간, 편의성에 이어 지난 시승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던 주행성 역시 다시 만난 시점에서, 그동안 다른 수많은 차들을 겪어본 다음에도 여전히 그 느낌 그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이다. 3.3 터보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의 토크는 여전히 웬만한 차들과 비교해봐도 꽤 상당한 고출력에 제로백 4.7초라는 빠른 가속 성능만큼 실제로 밟아보면 튀어나가는 느낌이 꽤나 짜릿했다. 경쟁차들과 비교해볼 때 무게에서 약간 더 무겁다는 핸디캡이 있기는 해도, 엔진 출력 자체가 넉넉하기 때문에 가속 성능에 있어서 아쉬울 부분은 여전히 없었다. 일반 도로에서라면 차고 넘칠 수준.
스포트 모드에서 생각 이상으로 꽤 적극적인 반응과 버벅임 없이, 그리고 동력 손실도 크지 않은 듯한 8단 변속기도 두 번째 만남에서도 역시 반갑게 느껴졌던 부분.
그리고 역시,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 않아 일상 주행에서 스트레스가 없으면서도 달릴 때에서는 코너에서 민첩하게, 탄탄하게 자세를 잡아주는 하체와 바디, 너무 길지 않은 휠베이스와 H트랙 AWD 시스템 덕분에 한층 더 안정적이고 쫀쫀하게 코너를 파고 돌아나가는 느낌은 데일리카로도, 주말에 서킷에서 달릴 스포츠카로도 모두 만족스러운 팔방미인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칼같이 예리한 느낌은 아닐지라도,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핸들링은 운전자에게 차를 믿고 달릴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 같다. 물론, 본인 능력을 넘는 무리한 주행은 금물이지만.
공도 주행에서라면 부족함이 전혀 없고, 서킷에서는 패드만 바꿔주면 포텐셜을 충분하게 발휘해 줄 브렘보 4P 브레이크와 아스팔트를 착 잡아줄 미쉐린 PS4 타이어도 G70을 선택할 이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주는 공신이 아닐까 싶다.
한층 더 좋아진 다른 차들이 쏟아지는 타이밍에 사실 첫 만남이 너무 만족스러웠던 차는 다음 만남에서 더 좋은 모습보다는 아쉬운 다른 부분들이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만난 제네시스 G70은 첫 기억이 좋았던 것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두 번째 만남에서도 여전히 다음에 또 만나더라도 이 좋은 느낌, 기억이 그대로 이어질 것 같은 좋은 여운, 그리고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아마 필자가 느낀 이 기억 그대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도 G70을 경험하고 선택한 이들이 같은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에 2019 미국 올해의 차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2019년형으로 연식 변경을 통해 3D 클러스터와 새로운 스포츠 트림 전용 휠, 편의사양까지 더 강화한 만큼 강인함과 부드러움, 편안함과 짜릿함,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가끔은 일탈을 통한 즐거움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세단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네시스 G70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과 앞으로도 물론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라고 자신 있게 추천해본다.
* 시승차량 사양
2018 제네시스 G70 스포츠 슈프림 풀옵션 = 5,650만 원
현재 판매되는 차량은 2019년형으로 해당 시승차량과 사양 및 트림 구성에 차이가 일부 있습니다.
글, 사진 : 오토디자이어
본 시승기는 현대자동차의 시승차량 지원을 통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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