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프리미엄 세단, 어디까지 왔을까?
제네시스가 단일 모델에서 현대차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런칭한 지도 1년 반, 아직 단기간이긴 하지만 국산 대형 세단 시장에서 G80과 EQ900의 입지는 제네시스DH와 에쿠스를 이어 계속해서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분리시킨 목적은 역시 럭셔리 브랜드들과 글로벌 시장 경쟁이 가능하기 위해서였던 만큼 국산 시장에서의 평가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는 이제 수입 프리미엄 세단들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아야 한다. 국내 수입 차량 중 판매 1위, 인기 프리미엄 세단인 벤츠 E300 아방가르드와 G80 3.3 HTRAC 비교 시승을 통해 국산 대표 제네시스가 어디까지 왔고, 우위점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묵직하고 남성적인 G80, 우아하고 부드러운 E클래스
디자인은 각자의 취향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최근 국산차의 디자인은 수입차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 어떤 경우에는 더 뛰어난 수준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각자 브랜드의 특성이 반영되어 드러나는 이미지는 다르지만 적어도 G80이 글로벌 시장에 내놨을 때 외관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충분히 당당하고 멋진 차라고 평가하고 싶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두 차의 디자인 성향 차이를 얘기해보면 제네시스 G80은 큼직큼지한 그릴, 탄탄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바디, 날이 서있는 헤드램프, 테일램프의 엣지와 윈도우 라인 등 남성적이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이 나타난다. 그릴과 범퍼의 크롬라인과 기다란 주간주행등으로 화려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벤츠 E클래스는 그와 대비되게 전제척으로 부드럽고 늘씬한 곡면 위주에 크롬이 과하지 않고 루프 라인 역시 패스트백 형태인 G80과 다르게 전형적인 세단 라인을 유지, 전체적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섬세하고 우아한, 여성적인 취향이다. 그렇다고 품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 버튼들이 단정하고 직관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G80의 실내
화려한 실내의 벤츠, 편의성 뛰어난 제네시스
실내에서의 구성도 덩어리가 큼직큼직하고 직선적인 G80과, 곡선이 많고 소소한 장식들, 버튼류의 재질에서 화려한 분위기를 내는 E클래스, 각 두 차량 간의 차이는 확실하다. 다만 고급 세단으로서 실내에서 화려한 비주얼을 생각한다면 E클래스가 좋다고 할 수 있겠으나, 운전자의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제네시스 G80이 훨씬 뛰어나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와 메탈 장식, 리얼 우드 그레인 등 고급진 마감이 눈에 띄는 E클래스 실내
다른 대부분의 수입차들이 그렇지만 E클래스의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인포 시스템은 한국인에게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지며, 크고 시원한 화면이 무색하게 반응성도 늦고, 메뉴나 물리 버튼의 배치, 구성도 그다지 직관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G80의 센터 스크린은 풀 터치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인포 시스템의 반응성과 메뉴 구성은 단순히 개인의 익숙함을 넘어서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외 스티어링 휠의 트립 컴퓨터 리모컨 버튼이나, 전체적인 버튼 구성 자체도 G80 쪽이 사용하기 더 수월하고 시승차량 만의 문제인지 확인이 불가능 하지만 통풍 시트도 제네시스가 훨씬 시원했다.
특히 E세그먼트 세단으로서 2열 좌석의 편의성도 꽤 중요한데 옵션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시승차 기준으로 G80 쪽이 실내 공간, 시트가 더 여유 있으며 편의 장비 역시 인포시스템 컨트롤러와 2열 시트 통풍 기능, 워크인 디바이스까지 압도적으로 좋았다.
또한 제네시스 G80은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HDA), 능동 조향 보조(LKAS) 등 첨단 안전 장비를 가장 낮은 등급인 3.3 럭셔리부터 선택할 수 있지만, E클래스는 E3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혹은 E400 모델을 선택해야만 반자율 주행 기능이 적용된다. 다만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 패키지의 가격보다 E300-E3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모델 간의 가격 차가 더 적기는 하다. 단, 어라운드 뷰 카메라 화질은 벤츠 쪽이 월등히 선명하다.
좀 더 컴포트한 G80, 기대 이상으로 날카로운 E300
G80은 3.3리터 V6 자연흡기에 278마력, 35.4kg.m을 발휘하고 토크 컨버터 타입 8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되었으며, E300은 2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으로 245마력, 37.7kg.m을 발휘, 역시 토크 컨버터 타입의 9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되었다. 수치 상으론 G80이 마력에서, E300이 토크에서 조금씩 앞서 있는 모습이지만 운전자가 체감하게 되는 차의 순발력, 가속력에서는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G80의 3.3 V6 람다 엔진은 출력 자체는 크게 모자라지는 않지만 2톤에 가까운 차량 무게와 자연흡기 특성 상 회전수를 올려갈수록 나오는 출력 때문인지 폭발적이진 않지만 은근하게 밀고나가는 느낌을 전달했고, 2.0 터보 엔진의 E클래스는 배기량은 작지만 저회전 영역부터 터져 나오는 최대토크, 200kg 이상 가벼운 무게 덕분에 실용 열역에서 훨씬 민첩하고 시원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벤츠의 9G 트로닉 변속기는 기대 이상으로 민첩하고 똑똑하게 반응했다.
변속기도 두 차량을 비교했을 때 G80의 8단 변속기는 나긋나긋하고 여유로운 주행 쪽에 포커스를 둔 느낌이라면 벤츠 E300의 9단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미션 못지 않은 빠른 변속 반응과 일상 주행에서는 물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도 운전자가 의도하기 전부터 스스로 다운 시프트, 업 시프트 모두 빠르게 움직이는 똑똑하고 스포티한 모습을 모였다.
다만 다른 부분의 소음이 억제가 잘 된 것에 비해 벤츠 4기통 엔진의 소음, 진동은 기대보다 거친 데 아쉬움이 남았고, G80은 소음, 진동 모두 크게 나무랄 데 없이 만족스러웠다.
두 차량 모두 비슷한 환경에서 제법 적극적인 와인딩 주행도 할 수 있었다. HTRAC까지 적용된 G80은 기대 이상으로 불안감이 없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긴 했지만 육중한 차체 덕분에 코너 진입 전 브레이킹, 깊은 코너를 통과하는 데도 아직은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E300은 4MATIC도 적용되지 않았고, 뒷 타이어 트레드가 얼마 남지 않은 불리한 조건에서도 가볍지만 탄탄한 바디와 하체, 빠르게 반응해주는 변속기, 훨씬 즉각적인 스티어링 반응까지 비슷한 상황에서도 훨씬 여유있고 한계치가 훨씬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제네시스가 국산차의 수준을 많이 끌어올렸다는 건엔 이견이 없지만, 앞으로 경량화라는 큰 숙제를 풀어나가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성과 가성비 vs 브랜드 가치와 탄탄한 주행성
프리미엄 세단의 본질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른다면 평가는 좀 갈릴 수도 있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다듬고 상당한 수준으로 주행성이 좋아졌다고 해도 G80의 전체적인 주행성능, 민첩한 반응성은 여전히 독일 세단을 따라가기에는 개선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언제나 극한의 상황에서 타는 것은 아닌 만큼, 일상적인 상황에서 운전자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더 쾌적한 실내를 보장해야 하며 편의 장비는 사용하기 편안해야 하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특히나 가격까지 천만 원 이상이 차이가 난다면 어떤 차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그래도 '벤츠'가 좋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가격 대비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편안하고 스타일까지 뛰어나가는 점에서 제네시스 G80도 이제 세계 시장에 내놔도 부끄럼 없는 훌륭한 차가 아닐까 마무리 해본다.
시승차량 사양 및 가격
제네시스 G80 3.3 프리미엄 럭셔리
+ HTRAC + 스마트 센스 패키지, 시그니쳐 디자인 셀렉션,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 듀얼모니터 - 6,390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E300 아방가르드
- 7,420만 원(인텔리전트 7,670만 원, 4매틱 7,770만 원, 인텔리전트 4매틱 8,000만 원)
글, 사진 : 오토디자이어
17/01/24 메르세데스-벤츠 E300 아방가르드 시승기
15/06/22 현대 제네시스 G330 HTRAC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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