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과 수입 구별 없이 경쟁이 치열한 것은 승용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물류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트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몇 해 전까지는 적어도 트레일러 트랙터, 15톤 이상 건설용 덤프트럭 정도까지 수입산 트럭들이 주류를 이룬 느낌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 메이커들이 5톤 급에서 카고 트럭을 선보이면서 국산 모델들만의 독무대는 막을 내린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추세 속에서도 그보다 더 작은 2.5톤~3.5톤 급 트럭에서는 오랫동안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현대 마이티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독점하고 있었다. 물론,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혼자 살아남아 독점 체제를 이룬 마이티가 당시에 살아남은 이유는 있겠지만, 경쟁자 없이 독점 시장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 해당 모델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그만큼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2015년에 풀체인지를 거친 3세대가 나왔지만 마이티는 과연 충분한 경쟁력과 함께 소비자들을 제대로 만족 시키고 있는 걸까?
그리고 여기에 대한 대답, 이를 검증할 새로운 경쟁자 '이스즈 엘프'가 2017년 한국에 상륙했다. 아니, 긴 시간을 거쳐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1970년대 당시 새한자동차의 뱃지를 달고 한국에 출시 된 엘프 2세대-3세대 모델은 뛰어난 상품성으로 꽤 높은 인기를 얻었으나 80년대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반강제로 한국 시장에서 물러나고, 이후 87년 해당 조치 해제로 4세대 모델로 다시 대우 엘프로 돌아왔지만 이미 대세가 현대와 기아로 넘어간 상황에서 3년 만에 쓸쓸히 물러나야 했던 과거가 있다. 때문에 이스즈 엘프에게 한국 시장은 조심스럽지만, 세계 판매 1위의 자존심이 있는 만큼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도전해야 하는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온 이스즈 엘프,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한 비결과 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대 마이티의 독주를 무너뜨릴 경쟁력은 충분한지 이 특별한 비교시승을 통해 만나보았다.
겉모습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두 차량이 서로 상당히 흡사해 보이는데 현대 마이티의 경우 3세대 모델이 2015년에 풀체인지, 이스즈 엘프 현 6세대 모델이 2006년에 풀체인지 되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수직 방향으로 뻗은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범퍼 하단 좌우 끝에 자리 잡은 안개등, 도어 하단의 사이드 리피터, 단순한 박스 형태의 캐빈, 사다리꼴의 옆 유리 형태는 형제 차량이 아닐까 할 정도로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데, 상용 차량들이 승용차에 비해 디자인 구성 요소가 단순한 것도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이스즈 엘프가 글로벌 판매 1위인 만큼 현대에서 엘프의 영향을 받았거나 벤치마킹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마이티는 좀 더 각을 세운 것에 비해 엘프는 곡선, 유선형 형태를 남겨두었다는 점과 마이티에 비해 엘프의 윈드쉴드와 대시보드 위치가 더 낮은 곳에 있다는 점, 옆 유리의 사이즈도 엘프가 좀 더 넓은 점은 시야 확보에 더 유리해 보인다. 반면 사이드 미러의 폭은 엘프 쪽이 더 넓은데 한국의 좁은 도로를 다니기에는 마이티보단 버겁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고, 추가로 장착이 가능하다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사진 상으로 마이티에는 있는 원형 미러(차의 전방하단 사각지대 확인용)가 엘프는 없다는 건 좀 아쉽다.
최대 적재무게는 두 차량 모두 3.5톤으로 동일하고, 당연히 그러면 안되지만 국내에 만연해 있는 과적에 대한 문제도 이스즈 엘프는 충분히 강화되고 튼튼한 고장력 프레임 적용으로 차량이 손상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적재함 사이즈는 마이티 3.5톤 장축 모델이 길이 4,850mm / 폭 2,060mm, 엘프 3.5톤 장축 모델이 길이 4,950mm / 폭 2,070mm로 같은 엘프가 길이 100mm, 폭 10mm 정도 약간 더 큰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테일램프 사이즈는 마이티가 좀 더 크고, 대신 엘프는 후방안개등과 더 큰 사이즈의 알루미늄 후방 범퍼를 달고 있다.
비슷해 보이는 외관과 다르게 실내에서는 두 차량의 구성 차이가 꽤 많이 나 보인다. 기본적으로 수평형의 넓은 대시보드 배치는 비슷하지만 여러 편의 장비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엘프는 딱 필요한 것들로 실용적인 구성을 갖췄다면 마이티는 편의장비와 재질, 마감 상태에서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이 확 들어온다. 마이티에는 커다란 스티어링 휠에 함께 달린 오디오 리모콘과 계기판 디스플레이 컨트롤 버튼, 그리고 오디오 역시 큰 화면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비해 이스즈 엘프의 스티어링 휠은 말 그대로 조향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오디오도 작은 사이즈의 1단 CDP/블루투스 오디오와 상단에 디지털 타코그래프가 자리잡고 있다. 전체적인 마감의 느낌도 상당히 심플한데, 대신 마이티에 비해 훨씬 낮은 높이의 대시보드, 측면 유리 덕분에 시야는 훨씬 더 시원하게 잘 보인다. 겉에서 볼 땐 닮은 듯한 두 차량이지만 실내에 올라 직접 앉아보면 각자의 지향점이 어떻게 다른 지 확 나타나는 부분이다.
운전석 뒤쪽에 별도에 공간이 마련된 마이티 슈퍼캡 모델과 다르게 이스즈 엘프는 일반형 캡만 있다는 데서 국내 트럭 오너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의견이 있다고는 하는데 엘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트 뒤편에 수납함을 추가로 장착하고 기존 시트 위에 설치가 가능한 탈착형 침대도 제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약간의 보완 작업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스즈 공식수입원인 큐로모터스 측에서는 3.5톤 급에서는 한참 윗 급의 대형 트럭들처럼 며칠을 연달아 달리는 장거리/장기간 주행이 일반적이지는 않기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는 인식이다.
또, 이스즈 엘프가 상대적으로 심플한 구성 속에서도 계기판의 LCD 창에서는 트립 컴퓨터와 함께 평균 연비, DPF 레벨, 엔진오일 및 필터 교환 시점 안내, 배터리 전압, 주행 시간, 제한속도 경고 설정과 계기판 밝기 조정 같은 필요한 정보와 기능은 충실하게 제공을 해주고 있고,
차선 이탈 경보 장치, ESC, 운전석/조수석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해 안전 사양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DPD 스위치를 통해 주행 중 자동 작동 뿐만 아니라 정차 시 수동으로 작동도 가능하다. 헤드램프도 조절 다이얼을 통해 조사각을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다. 또 시승한 차량은 6단 수동 모델이었지만 마이티에는 없는 자동화 6단 변속기(1단 출발 및 ECONO 모드, 클러치 조정 기능 포함)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엘프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 중 하나이다.
실내 구성에서 차이가 드러났던 이스즈 엘프와 현대 마이티, 주행에서는 어땠을까? 먼저 엔진의 경우 이스즈 엘프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52kg.m의 5.2리터 4기통 디젤 엔진, 현대 마이티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62kg.m의 3.9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최고 출력과 배기량에서는 이스즈 엘프가 우세하지만 최대토크는 마이티가 10kg.m 더 높기 때문에 초반 발진 능력은 마이티가 더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배기량과 출력이 더 큰 엔진과 함께 더 촘촘한 6단 변속기 덕분인지 초반 발진부터 쭉 이어지는 가속 능력까지 실제 주행 시 이스즈 엘프가 훨씬 월등하다.
3.5톤의 짐을 싣고도 엘프는 2단으로 첫 출발할 때부터 순차적으로 3단-4단-5단-6단까지 변속을 해도 힘이 처지는 느낌이 없이 90km/h까지 꾸준하게 가속이 되는 반면, 마이티는 62kg.m의 토크가 무색하게 2단에서 3단으로 변속 하자마자 힘이 빠지는 듯 하더니 4단에서는 버거울 정도로 가속하기가 힘이 든다. 특히 경사로를 만났을 때의 둘 간의 차이는 상당한 편인데, 동력 손실도 줄이고 답답함 없이 주행이 가능하려면 마이티도 변속기를 6단으로 바꿔줄 필요성이 커 보인다. 이런 출력과 가속력으로 대한민국의 언덕길을 다녔을 마이티 차주 분들의 고생이 상당했을 것 같다. 대신, 큰 배기량과 고출력으로 인해 연비가 조금 떨어진다는 점이 이스즈 엘프의 약점.
조향감에 있어서는 마이티는 노면 상황에 따른 스티어링 휠에 전해지는 흔들림이나 진동도 적고 조향감도 부드러운 반면, 이스즈는 유격도 꽤 있고 노면 상황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무게감도 상당히 묵직한, 상당히 정직하고 터프한 느낌의 조향감을 가지고 있어서, 장시간 주행 시 운전자의 팔에 주는 피로감, 부담감은 마이티 쪽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티어링 휠 직경은 마이티가 더 크고 엘프가 조금 작다.
화물차에서 승차감을 논하는 게 얼마나 중요할까 싶기는 하지만, 의외로 장시간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 조향감에서 만족스러웠던 것에 비해 현대 마이티는 3.5톤의 짐을 싣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노면 충격을 잘 걸러내지 못하고 쿵쿵거리면서 운전자에게 충격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탓에 중간 중간 포트홀이나 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운전하는 데 피로감이 꽤 상당할 듯 싶은데 이스즈 엘프는 그에 비해 약간이나마 더 부드럽고 부담스러울 정도의 충격은 전해지지 않았다. 조향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운전이 편하고 경쾌한 건 확실히 엘프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브레이크도 이스즈 엘프는 전/후륜 모드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 현대 마이티는 디스크 브레이크는 옵션 사양. 시승했던 차량의 경우 두 차량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이기는 했으나, 차량의 컨디션 차이를 생각하더라도 마이티의 제동력은 상당히 아쉬웠다.
긴 시간 동안 한국 무대에서 독주를 하고 있던 현대 마이티와 전 세계를 무대로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스즈 엘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차들이 아닌 데 이렇게 한 자리에서 동시에 같이 시승을 해보니 서로 닮은 듯 하면서도 두 차량이 지향하고 있는 부분, 장단점과 특징을 확실하게 알고 비교를 할 수 있어 더 재미있는 시승이었다. 현대 마이티는 3세대로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외관을 비롯, 실내도 더 화려해지고 편의 사양이 더 풍부해지기는 했으나 국내 시장의 오랜 독점체제에서 정작 상용트럭으로서 가져야 할 진짜 본질, 경쟁력을 안일하게 대하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고, 이스즈 엘프는 겉으로 보기에 심플하고 투박해 보일지는 몰라도 시원시원한 시야와 함께 스트레스 없는 가속감과 운전하기 더 편리하다는 데서 역시 글로벌 판매 1위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 것 같다.
든든한 사업 파트너로 3.5톤 트럭이 필요할 때, 더 이상 선택권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 모델만 선택하는 시대는 끝났다. 상업용 트럭의 본질을 갖춘 이스즈 엘프가 가격 경쟁력도 함께 갖추고, 오너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현대 마이티도 이제는 긴장해야 할 때다.
* 시승차량 사양
이스즈 엘프 3.5톤 장축 카고 6단 수동 / 현대 마이티 3.5톤 슈퍼캡 장축고상 5단 수동
글, 사진 : 오토디자이어
본 시승기는 큐로모터스(이스즈코리아)의 시승차량 제공으로 작성했습니다.
연료 탱크 앞에 있는 건 요소수 탱크. 마이티와 비교 시 요소수 소모가 월등히 적은 점도 이스즈 엘프의 장점이라고 한다.
탑차, 윙바디 모델에는 후방 카메라도 장착 가능하다.
SCR 장치의 위치도 프레임 외부에 위치해 정비성을 높였다.
평택 팽성읍에 위치해 있는 큐로모터스(이스즈코리아)의 출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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